필리핀 독립의 아이콘 호세 리잘의 민족주의 개혁 운동

 

필리핀과 우리나라는 스페인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독립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백범 김구 선생이 있었다면 필리핀에는 호세 리잘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필리핀 독립의 아이콘 호세 리잘의 민족주의 개혁운동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참고로 필리핀에서는 안과 의사였던 리잘을 닥터 호세 리잘(Dr. Jose Risal)이라고 합니다. 

 

☞ 호세 리잘 (José Rizal, 1861.06.19~1896.12.30)

 

필리핀의 사상가이자 개혁 운동가.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 의학을 공부했다. 스페인의 필리핀 식민 지배에 대한 모순과 부당함에 개혁을 요구하는 책을 발간하고 스페인 언론 활동에 참여하였다.이는 필리핀 독립 혁명과 민족주의의 사상적인 기반이 되었다. 필리핀 무장 독립 투쟁 단체인 카티푸난(Katipunan)이 일으킨 필리핀 독립 혁명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35세의 나이에 공개 처형되었다.

 

 

호세 리잘과 1페소 동전

 

호세 리잘의 어린 시절

호세 리잘은 1861년 필리핀 루손섬 라구나(Laguna)주의 칼람바(Calamba)의 상류층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여러 언어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그는 마닐라의 산토 토마스 대학교(University of Santo Tomas)에서 의학과 철학 그리고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1882년 안과 의사가 되기 위해 스페인의 마드리드 대학교(University of Madrid)로 유학을 가게 됩니다.

 

호세 리잘의 스페인 유학 시절

 

호세 리잘은 스페인 유학 시절 스페인에 체류 중인 필리핀 학생들과 교류하며 스페인의 필리핀 식민 지배에 대한 폐해와 개혁에 관한 집필 활동을 하고 스페인 언론에 기사를 싣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합니다.

특히 1886년 그의 첫 번째 소설인 "나에게 손대지 말라(Noli me Tangere)"라는 책을 발간합니다. 이 책에서 리잘은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가톨릭 성직자들의 부조리한 역할에 초점을 두고 스페인의 필리핀 식민 지배의 모순과 어두운 면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은 필리핀에서 금서였지만, 몰래 필리핀으로 들여와 필리핀어로 번역돼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 졌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자유주의 사조 등의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필리핀 지식인 들을 중심으로 많은 호응을 받았고 이후, 스페인의 필리핀 식민 지배의 모순과 폐해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필리핀 민족주의의 사상적 기반과 필리핀 독립혁명(1896~1902)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페인 유학 당시 호세 리잘

 

호세 리잘의 평화적인 사회 개혁 운동

1892년 필리핀으로 돌아온 호세 리잘은 본격적으로 사회 개혁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가 설립한 단체인 필리핀 민족동맹(La Liga Filipino, 필리핀 리그)을 통해 평화적인(비폭력) 사회 개혁 운동과 스페인 식민 당국을 비판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가 주장한 것은 평화적인 방법(비폭력)으로 사회 개혁과 저항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특히, 필리핀의 완전 독립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필리핀 사람도 스페인 사람과 동일하게 법적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호세 리잘의 비폭력 사회 개혁 운동의 주장 내용

1) 필리핀을 스페인의 한 주로 편입 시키고 스페인 의회에 필리핀 대표자를 파견할 수 있도록 허용
2)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가톨릭 성직자를 필리핀인 가톨릭 성직자로 교체
3) 스페인 사람과 필리핀 사람의 동등한 법적인 권리를 요구(참정권, 시민권, 집회 결사의 자유 등)  

이렇듯 리잘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회 개혁 운동을 했지만 스페인 식민 당국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그의 영향력에 부담을 느낀 스페인은 호세 리잘이 필리핀 무장 투쟁 세력과 연계되었다는 명목으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의 다피탄(Dapitan)섬으로 유배를 보내게 됩니다. 

1896년 그는 4년 동안의 민다나오섬 유배 생활을 마치고 스페인과 쿠바(Cuba) 간 전쟁의 파견 의사직에 지원해 스페인 당국의 허가를 받아 쿠바행 배에 타게 됩니다. 

 

 

호세 리잘의 처형과 파급 효과

 

1896년 8월 안드레스 보니파시오(Andres Bonifacio)가 창설한 무장 독립 투쟁 단체인 카티푸난(Katipunan, KKK)에 의해 필리핀 독립 혁명이 일어나게 됩니다. 리잘은 무장 독립 투쟁 단체인 카티푸난과 관련이 없었지만 스페인은 필리핀 독립 혁명의 배후로 그를 지목하게 됩니다. 참고로 리잘이 민다나오 유배 중 카티푸난으로부터 함께 투쟁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비폭력 주의자인 리잘이 그 제안을 거절 했다고 합니다.

 

 

☞ 더 알아보기 : 필리핀 독립 혁명의 지도자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와 카티푸난

필리핀 독립 혁명의 지도자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와 카티푸난

 

쿠바행 배에서 체포된 리잘은 마닐라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내에 있는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 감옥에 수감 되게 됩니다. 이후 재판에서 그는 변호사 없이 스스로를 변호하였으나 끝내 결백을 밝히지 못하고 반란, 폭동 선동, 내란 모의 죄로 유죄 판결과 공개 처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리잘의 공개 처형은 그가 35세였던 1896년 12월 30일 마닐라 시내(현재 마닐라 리잘 공원(Rizal Park)이 있는 자리)에서 행해 졌습니다. 

리잘의 죽음은 필리핀 사람들의 가슴에 독립 의지를 불타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스페인 식민 지배에 대한 더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의 죽음에 영향을 받은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필리핀 독립 투쟁에 가담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호세 리잘의 사형 집행 전날 마지막 면회 때 여동생에게 전달된 알코올램프의 밑바닥에서 그가 숨겨 놓은 듯한 문서가 그의 사망 후 발견됩니다. '마지막 인사 (Mi último adiós)'라는 제목의 시인데,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 중의 하나로 첫 구절 정도는 필리핀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합니다. "잘 있거라, 내 사랑하는 조국이여... (Adiós, Patria adorada...)" 

참고로 리잘은 자신의 모든 글을 필리핀어인 타갈로그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썼는데, 필리핀에 각 지역별 사투리가 많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 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모든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이해 할 수 있도록 스페인어로 글을 썼다고 합니다.

 

 

필리핀에서 가장 존경 받는 위인 호세 리잘

일부 필리핀 역사학자들이 호세 리잘은 미국의 필리핀 식민 지배 당시 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영웅이라는 주장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부당하고 불평등한 대접을 받아도 평화적인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했던 그의 방법론을 지적 한 듯합니다.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그의 순국으로 인해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독립 투쟁에 동참 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 그 부분은 인정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필리핀은 제2차 세계 대전이 종전이 될 때 까지 실질적인 독립을 얻지 못했지만, 호세 리잘의 순국 2년 뒤인 1898년 스페인의 필리핀 식민 지배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리잘은 35세의 젊은 나이에 순국을 했지만 필리핀의 독립을 향한 첫걸음의 시작이 되었다는 점에서 필리핀 민족주의 개혁과 독립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리잘이 순국한 날인 12월 30일을 ‘호세 리잘의 날(Rizal Day)’로 정해 매년 국경일로 추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호세 리잘은 필리핀의 모든 세대를 초월해 가장 존경받는 민족 영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필리핀 독립의 아이콘 호세 리잘의 민족주의 개혁운동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