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마젤란(Ferdinand Magellan)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선 내용을 못 보신 분들께서는 아래의 링크 2편을 먼저 보고 오시면 내용 이해가 좀 더 수월하실 겁니다. 참고하세요.
☞ 마젤란 미지의 서쪽 항로를 개척하다. [마젤란 2편]
마젤란, 드디어 필리핀 세부에 도착하다.
스페인을 출발 한지 약 1년 8개월 뒤인 1521년 4월 7일 드디어 마젤란의 함대는 지금의 필리핀 세부섬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원래의 목적지인 스파이스 아일랜드가 아닌 것을 알아챈 마젤란은 잠시 지나가는 곳이라 판단했지만, 태평양을 거의 4개월 항해한 선원들이 너무 지쳐 있어서 잠시 머물다가 갑니다.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필리핀이라는 국가는 존재를 하지 않았고, 그냥 열대 바다 섬나라 원주민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이미 세부섬에 중국 상인, 아랍 상인 그리고 이슬람 상인들이 활발히 무역과 교역 활동은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미 이슬람교가 세부섬 쪽에 어느 정도 전파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세부섬을 라자 후마본(Rajah Humabon)이라는 사람이 지배하고 있었는데요, 마젤란이 처음 세부에 도착했을 때 별다른 거부 반응이 없이 마젤란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궁금한 게.. 마젤란과 세부지역 사람들이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을 건데 어떻게 의사소통을... 마젤란의 주도 면밀한 점은.. 스페인에서 출항을 하기 전에 이미 말라카 제도 출신의 엔리케(Enrique)라는 노예, 비서, 그리고 통역사를 대동해서 서쪽으로의 항해에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그 엔리케의 도움을 받아서 필리핀 세부에서도 원활하게 원주민 들과 의사소통을 했다고 하네요.
여하튼 마젤란이 제안한 로마 가톨릭(Roman Catholic)으로의 개종도 흔쾌히 받아들여서 라자후마본과 그의 아내가 세부 사람 최초로 로마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세례 기념으로 마젤란 측에서 라자후마몬의 아내에게 산토니뇨(Santo Nino, 성스러운 아기) 즉 아기 예수 인형을 선물했다고 하네요. 그 아기 예수 인형 (산토니뇨, Santo Nino)이 아직도 세부시티 산토니뇨 성당에 보관이 되어 있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산토니뇨(아기 예수상)는 세부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거의 세부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마 가톨릭 세례를 진행했던 세부섬 해변 쪽에 가톨릭의 상징인 커다란 십자가를 세워 놓았다고 하네요. 그게 바로 마젤란의 십자가(Magellan's Cross)입니다. 최초에는 해변가 쪽에 세워져 있었는데요. 나중에 산토니뇨 성당 바로 옆으로 이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라자후마본과 마젤란은 혈맹(Blood Compact)을 통해 서로 간의 신뢰와 우호를 약속하게 됩니다. 여기서 혈맹이란..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세부지역 관습으로 "자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고 동맹이야" 머 이런 서로 간의 약속을 할 때 살짝 손목 쪽에 피를 내어서.. 그 피를 서로의 술에 타서 한잔하는 그런 관습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했었겠지만요.
그때 라자후마본이 마젤란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게 됩니다. 예전부터 라자후마몬의 골칫덩이였던.. 막탄섬의 지배자 라푸라푸(Lapulapu)를 없애달라는 거였습니다. 막탄섬의 지배자 라푸라푸는 세부섬으로 오는 무역, 교역 선박을 자주 공격하면서 서로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고, 라자후마본의 통치하에 있던 라푸라푸는 여러 가지로 라자후마본의 명령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마젤란은 라자후마본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막탄섬의 라푸라푸 추장을 정벌하러 가게 됩니다.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지요. 마젤란에게는......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1521년 4월 27일 자신감 있게 라푸라푸를 정벌하러 나섰던 마젤란은 막탄 앞바다에서 막탄 전투(Battle of Mactan)를 치르는 도중.. 장렬히 전사하게 됩니다. 이게 유럽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중요한 세계사적 이벤트였습니다. 아주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일주(Circumnavigation)를 성공 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알고 있던 마젤란이 필리핀 세부 막탄 섬 앞바다에서 전사를 했다니... 그리고 라푸라푸는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거의 민족 영웅이 되었습니다.
라자후마몬이 지원을 해준 병사가 약 300명 있었다고 하는데 기록에 따르면 그 병사들은 아주 소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다고 하고 스페인 군사 약 50여 명이 라푸라푸의 전사 약 1,500명과 전투를 벌였는데.. 이미 절대 군사 수에서 밀렸기 때문에 그 아무리 천하의 마젤란도 당해 낼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원주민이라고 너무 얕잡아 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고 합니다. 라푸라푸 추장과 막탄 전투에 관한 자세한 포스팅은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페인으로의 귀환, Circumnavication의 완성.
그렇게 대장 마젤란을 잃은 스페인 함대는 부랴부랴 필리핀 세부를 도망치듯이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필리핀 팔라완섬 쪽을 지나 보르네오 부르나이섬에 들러서 스파이스 아일랜드의 정보를 입수하고 드디어 1521년 12월 29일에 그들의 목적지였던 스파이스 아일랜드 (지금의 몰루카 제도) 암본(Ambob)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스페인을 떠난 지 약 2년 4개월 만에 최종 목적지인 스파이스 아일랜드에 도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함대의 대장이었던 마젤란은 없었습니다.
우여 곡절 끝에 스파이스 아일랜드에 도착한 함대는 그렇게 원했던 배에 향신료를 가득 채워서 9개월이라는 긴 항해를 통해 최초 출발하였던 스페인으로 1522년 9월 6일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구 한 바퀴 항해가 거의 3년 조금 넘게 걸렸네요... 최초 출항 시 5척의 배와 265명이 출발했었는데, 끝까지 스페인까지 돌아올 수 있었던 배는 단 1척(빅토리아 호, Victoria) 이었고, 살아 돌아온 사람은 고작 18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척에 실어 온 향신료를 처분하면서 모든 경비를 제하고도 엄청나게 많은 이익을 보았다고 합니다.
최후의 생존자 18명 중에 의미 있는 인물이 2명 있는데, 생존자 중 가장 높은 지위에 있었던 엘카노(Juan Sebastian Elcano) 와 이탈리아인 피가페타(Antonio Pigafetta)란 인물인데요. 엘카노는 스페인 본국으로 귀환하여 영웅 대접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피가페타는 마젤란과 엘카노와의 3년간의 항해를 했던 내용들에 관한 책을 집필(The First Voyage Around the Workd, 1519~1522) 했다고 합니다. 그 피가페타의 기록과 자료를 근거로 해서 지금까지 마젤란의 세계 일주항해에 관한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마젤란은 항해 도중 필리핀 세부 막탄섬에서 사망을 하였는데.. 세계사에서는 인류 최초의 세계 일주 여행(Circumnavigation)을 한 사람으로 마젤란을 지목하고 있다는 거지요.. 엘카노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게 최초 항해를 시작할 때 대장이 마젤란이 여서 그런지.. 참 아이러니합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어서 인지.. 여하튼 재미있습니다.
스페인의 필리핀 식민 지배 시작.
그렇게 해서.. 마젤란이 필리핀 세부 막탄섬에서 전사를 하고 엘카노가 스페인 본국에 돌아오게 되면서.. 필리핀 세부섬의 존재가 스페인에 알려지게 되고 본격적으로 스페인 군인들이 필리핀을 정복하기 위해서 오게 됩니다. 1565년 그러니깐 마젤란의 항해가 마무리된 후 약 43년 뒤에 미구엘 레가스피(Miguel Lopez de Legazpi)란 사람이 필리핀 세부로 함대를 이끌고 넘어와서 본격적으로 필리핀을 점령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필리핀 초대 총독 자리에도 오르게 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필리핀에는 나라 이름이 없었는데요. 그 당시 스페인 국왕이 필립 2세였는데.. 그 스페인 국왕의 이름을 따서 필리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필리핀이라는 나라 이름도 참 서글프네요.. 그래서 요즘 가끔 뉴스에 나오기도 하는데 필리핀이라는 국명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약 330년간 스페인의 필리핀 식민 지배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마젤란 포스팅을 3편에 걸쳐서 연재 했는데요. 드디어 마무리했네요.. 다음은 라푸라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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